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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두 아이와 함께 한 엄마표 영어 공부법 (1)

by 지금이 가장 좋은 때 2023.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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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금이 가장 좋은 때 입니다.
아침에 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지난 세월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던 영어 공부 교재, 노트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자식 자랑 입니다만, ㅋ
저희 아이들은 중학생들 인데,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영어 학원은 이번 여름 방학때 2주간 특강 들은 게 전부인 아이들 입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에는 전혀 거부감, 부담감이 없는 아이들 입니다. 
야구장에서 외국인이 매점 종업원과 의사 소통이 안 되면 나서서 통역해 주고,
해외 여행 가서, 무식하고 용감한 이 엄마가 아무말 대잔치 영어를 하고 있으면,
얼른 와서 기꺼이 통역관이 돼 주는 고마운 녀석들이죠. ㅎ
오늘은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해서 이런 영어 실력을 갖게 됐는지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영어 공부해 온 방법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영어에 맺힌 한(?)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 영어 점수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ㅋ
그런데, 문제는 듣기, 말하기가 거의 안 된다는 것이죠...ㅠ
성인이 된 후 남들 처럼 회화 클래스도 다녀 보았지만,
(나름 정말 간절했는데) 끈기와 간절함이 부족했던 것인지,
외국인만 보면 굳었고 영어는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습니다.ㅠ
그래서 굳게 다짐했죠.
아이를 낳으면 꼭! 나같이 영어 못하는 설움(?)을 겪지 않게 듣기, 말하기를 먼저 가르치리라고...
세월이 지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사교육은 정말 꼭 필요한, 내가 가르칠 수 없는 것만 시키자는 신념을 갖고 있는 저는
아이들을 학원에 안 보내면서,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마스터 시켜줄 방법을 열심히 찾기 시작합니다.  
 

내가 영어 학원을 안 보냈던 이유

 

아이가 영어를 잘 하길 바라는데, 영어 학원을 안 보낸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으시죠..?
제가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였습니다.
 
첫째,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이었어요. 
아기 때는 주변에 어른들이 하는 말을 수백번, 수천번 듣고만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쌓였던 인풋을 밖으로 뱉어 내면서, 비로소 말문이 트이게 되죠.
그렇다고 바로 유창하게 말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아주아주 천천히 어휘가 늘죠.
간단히 말해서, 학습 목적이 아닌, 언어로서의 영어는
아기가 모국어(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처럼 매우 천천히 늘고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영어 학습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둘째,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집이 그렇게 어려운 집은 아닙니다.
맘만 먹으면 교육비 팍팍 쓸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렇게 천천히 늘어갈 영어 실력을 위해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학원에 그 많은 돈을 갖다 주고 싶진 않았어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사교육은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시키지 않는다면
외벌이인 저희 남편이 아무리 회사에서 잘 나가고 돈을 많이 받아와도 
저희의 노후는 비참할 것이라는 저의 굳은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영어학원을 안 보내겠다고 다짐(?)한 후에 남편과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회사 동료들은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영어학원에 보내는데
그 얘길 들은 남편은 기관에 보내지 않고 어떻게 영어가 늘겠느냐, 왜 애들 영어 교육에 투자를 안 하느냐..
매우 답답해 하더라구요.
이런 의견 차이는 아이들의 영어가 부쩍 는 것이 어느 정도 가시화 될 때 까지 몇년간 계속되었습니다.
애들 아빠인 남편의 걱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저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보는 영어 공부

 

아이에게 천천히 모국어 처럼 스며드는 영어 공부를 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인터넷과 책에서 열심히 찾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법론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결론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이(=오랫동안) 듣고, 많이(=자주) 보는 영어 공부!
 
많이 듣는다는 것은, 매일 '오랜 시간'동안 원어민의 소리에 노출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또 어떤 걸 듣게 하는 게 좋은가 물으실 텐데,
저 같은 경우엔,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받아 온 CD를 주로 틀어 주었어요. 
원에서 받아 온 교재의 수준도 훌륭한데 굳이 이중으로 듣기 교재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을 뿐 더러, 
아이들이 이미 한 번씩은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을 CD로 들려 주니까
전에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이 기억나서, 가끔씩 무슨 뜻인지도 얘기해 주고, 
덤으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들도 얘기해서 대화가 많아지는 효과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들려 준 시간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부터 아침 식사 시간까지,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과 노는 시간...하루 3-4시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잘 때 틀어 두면 무의식에 스며든다고 권장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희 아이들은 조용해야 잠이 드는 아이들이라서, 푹 재우고 싶은 마음에 잘 때는 틀지 않았습니다. 
주말엔 가족 나들이도 종종 있고, 아빠랑도 실컷 놀아야 하기 때문에 거의 들려 주지 못했구요.
 
많이 본다는 것은, 수준에 맞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자주' 보여 주는 것을 말합니다. 
'자주' 라고 굳이 강조한 이유는, 1-2시간 짜리 긴 영상물을 틀어 주고, TV 앞에 아이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해할 수 있는, 길지 않은(길어야 30분) 애니메이션을
하원/하교 후 간식 먹는 시간에 한편씩 봤습니다. 너무 조르면 2편 정도까진 본 것 같아요.
자막을 켰느냐, 한글 자막이냐, 영어 자막이냐...물으신다면,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내용 이라면 자막 없이 보여 주었어요.
예를 들어, 저희 애들이 어린이집 시절에 봤던 영어 만화는 뽀로로 였는데,
사용하는 어휘가 매우 쉽고 표현이 단순할 뿐 아니라, 단어를 몰라도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서 
자막 없이 봐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단, 아이들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하면 한글 자막을 켜 주었습니다. 
영어 까막눈 이었던 어린이집 시절엔 그랬고요,
나중에 학년이 좀 올라가서 영어를 읽을 수 있을 때는 영어자막을 먼저 켜 주었습니다.  
그래도 내용 이해가 안 갈 땐 한글 자막을 켜 주었구요.
 

혼자서 하는 공부의 한계

이렇게 몇 년을 진행하고 나니,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들려주고 보여줄 컨텐츠도 바닥났는데, 뭘 골라서 엄마표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도 막막했고 
이제 슬슬 읽기, 쓰기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다음 편에서 이어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