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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미국 Z세대를 사로잡은 스탠리 텀블러

by 지금이 가장 좋은 때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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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느긋하게 브런치를 먹다가, 스탠리 텀블러 얘기가 나왔어요.
아이들 말로는 요즘 미국 10대들 사이에선 스탠리 텀블러를 받는 것이 인스타에 찍어 올릴 만큼 자랑할 만한 일이라네요.
생각해 보니, 저도 스탠리 텀블러를 2개나 갖고 있더라고요. 선물 받고 고이 모셔놨던 제품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본 '스탠리'란 회사, 그리고 스탠리 텀블러가 인기인 이유를 가볍게 적어볼게요.

( 무려 10년전에 같은 분께 선물받은 2개의 스탠리 텀블러. 갑자기 꺼내서 쓰고 싶어졌다. )

 

스탠리는 어떤 회사?

'스탠리' 회사는 1913년 미국에서 설립된 무려 111년이나 된 기업입니다.
창업자인 물리학자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는 최초의 금속 진공 보온병을 제작하고, 스탠리 회사를 세우게 됩니다. 
당시 스탠리의 경영 철학은 "쓸 만한 것을 만들자" 였다고 해요.
 3대가 대물림해서 쓸 정도로 튼튼하게, 야외에서도 오랜 시간 보온·보냉이 되는 보온병을 만들려고 노력했답니다.
 

스탠리의 황금기

그 노력의 결과로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보급품으로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초고층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하던 1920년 대엔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서 식사하기 힘들었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따뜻한 식사를 담아가는 용도로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자 투박하고 튼튼한 스탠리의 인기는 점차 시들어갔습니다.
결국 2019년에는 스탠리의 간판 제품이었던 퀜처를 단종하기로 결정합니다.

발렌타인데이 한정판 스타벅스 스탠리 퀜처
(스타벅스가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한정판으로 출시한 핑크 스탠리 퀜처. 현재 7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어있는 귀하신 몸이다. 이미지출처 - 전자신문)

스탠리의 부활

그렇게 시장에서 그대로 사라질 뻔했던 퀜처는, 이를 애용하던 워킹맘들에 의해서 극적인 회생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스탠리 퀜처의 뛰어난 보온·보냉 성능 덕분에 워킹맘들은 하루종일 따뜻하고,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스탠리 퀜처가 단종될 거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는데요.
그들 중 하나였던 미국의 워킹맘 세 자매가 유명 인플루언서들에게 출산 선물로 스탠리 퀜처를 보냈습니다.
퀜처를 직접 사용해 보고 만족스러웠던 인플루언서들은 자발적으로 인스타그램에 퀜처를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스탠리의 세일즈 매니저가 그 게시물을 보았고, 그 매니저와 워킹맘 세 자매가 합심해서, 퀜처를 딱 5천 개만 다시 팔아 보자고 스탠리 본사를 설득하게 됩니다. 이 5천 개는 단 5일 만에 매진되고, 스탠리는 이 일을 계기로 단종 계획을 접게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6개월 뒤엔 기존의 어두운 색상에서 벗어난 화사한 파스넬 톤의 퀜처를 출시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남성층을 타겟으로 했던 스탠리 퀜처는 과감하게 타겟층을 젊은 여성으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타겟층인 젊은 여성 소비자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하여, 다양하고 화사한 색상으로 제품을 출시했죠. 
그런 과감한 변신의 결과는 그야말로 초대박입니다.
요즘 미국 Z세대 사이에선 퀜처를 선물로 받고, 들고 다니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하니까요.
경제적 측면에서도 스탠리의 미국내 매출이 전년보다 무려 751%나 증가해서, 연매출이 2억 6천만 달러(한국 돈 3,469억 원)에 이르는 놀라운 성장세를 이뤘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네요.  
시장이 변화할 때 주저앉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맞춰 과감히 변신하는 모습. 기업도 개인도 변신을 두려워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